지난 25일 서울시 퇴직 또는 퇴직예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50+재단 모두의 강당에서 ‘50+하루캠퍼스’가 개최됐다. 50+재단 홍현희 홍보실장의 사회로 이경희 재단 이사장과 50+중부캠퍼스 고선주 관장의 축사와 함께 시작된 하루캠퍼스는 46명의 공무원이 총 7시간의 교육을 받았다. 50+하루캠퍼스는 서울시인재개발원이 의무적 재교육 과정에 있는 수강생 교육을 50+재단에 위탁하면서 이루어진 새로운 프로젝트이다.

 

이날 이경희 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정년퇴임을 앞 둔 서울시 공무원 여러분에게 축하와 함께 재단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라고 하면서 “50+재단은 여러분처럼 퇴직한 50+세대들에게 재교육을 통해 인생이막을 소프트랜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서울시가 설치한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선주 관장은 축사와 함께 ‘50+관계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고 관장은 강의에서 평등한 부부관계를 강조하면서 “젊은 남성들은 아내에게 정말 잘 한다. 여러분도 아버지 세대에 비해 설거지 등 잘하고 있지만 은퇴 후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젊은이들 못지않게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의를 하는 동안 공무원의 눈빛은 사뭇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동안 30년이 넘도록 공직에서 근무를 하고 이제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그다지 퇴직이 실감나지 않았다.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여전히 비슷한 생활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긴장과 불안은 남의 이야기였다.

 

아마 민간 기업체를 퇴직하는 사람보다 연금 등에서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이들의 감정변화를 더디게 하는 요인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강의를 들을수록 일상의 생활은 물론 아내에 대한 태도 그리고 퇴직 후의 긴 시간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강사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 꼼꼼히 메모를 하는 사람 그리고 옆 사람에게 잘못들은 부분을 묻고 확인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50+ 재단이 주는 의미는 각별했고 받아들인 메시지는 정곡을 찔렀다.

 

10분간의 휴식시간이었지만 유일하게 책상에 남아 있는 김선주(60세, 남) 씨는 민원부서에서 근무를 하다 정년을 맞게 됐다. 서울시 은퇴자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참가하게 됐다는 김 씨는 교육과정에서 재취업, 봉사, 창업 등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특히 은퇴자는 창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을 했다. 잘못해서 망하면 인생을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없다. 다행히 “오늘 하루캠퍼스 교육을 통해 나름대로의 취미를 살려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나고 있다”면서 “건강을 지켜라, 집에만 있지 말고 많은 친구를 사귀라는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히 얼마 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마광수 교수를 지칭하며 “죽기 두 시간 전에 친구에게 힘들다고 했으나 아무도 도와주는 친구가 없었다는 사실이 서글펐다”고 하면서 “오늘 교육이 친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문형(남, 60세) 씨는 서울시 소방관으로 근무 중 정년퇴임을 맞이했다. 이 씨는 지난 6월 27일 공로연수 때 퇴임식을 마쳤다. 그러니 지금은 집에서 쉬고 있는 날이 더 많다. 아직 정년퇴임일(12월 31일)이 돌아오지 않아서인지 퇴직자로서 또는 백수로서의 감은 들지 않는다. 이 씨도 오늘 교육에 대해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있다. 특히 아내에게 잘해야 한다는 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 요즈음의 자신을 돌아보며 “마치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비록 놀고 있더라도 아내에게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래도 이 씨는 행복한 편이다. 이 씨는 근무 중 소방설비기사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얼마 후에는 자격증 취득시험이 또 있다. 자격증을 취득한 소방관은 대체로 집에서 쉬지 않는다고 한다. 소방관련업체에서 소방시설 설계 또는 감리 등을 하는 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6명의 퇴직자들이 모두 공감을 하며 일말의 안도감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던 많은 부분을 서울시와 50+재단의 재교육을 통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50+재단의 역할이 민간 퇴직자를 넘어 공무원의 공감을 얻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오늘 ‘50+ 하루캠퍼스’가 ‘50+ 매일캠퍼스’로 이름을 바꿀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