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선호사상이 강한 지역출신의 남성과 결혼한 여성은 집안일을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서울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노동패널 학술대회'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부모의 남아선호, 성역할 태도와 가사분담' 논문의 발표 내용입니다. 구체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가장 강한 경북출신 남자와 결혼하면 여자가 하루 65분 집안일을 더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경북출신이라는 말에 내가 뜨끔해집니다. 나 역시 경북출신에 남아선호사상에 대해서 잘 알고 그런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입니다. 가사분담의 정의가 어디까지인지는 사람마다 다 달라서 느끼고 받아들이는 데는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도 밥을 하고 빨래를 하는 것은 여자의 일이였지만 땔감을 구해오고 사랑채에 커다란 무쇠 솥에 여물을 넣고 불을 때서  소죽을 쑤는 일은 남자가 했습니다. 김장은 여자가 했지만 김장독 묻을 웅덩이는 남자가 파고 김장독을 옮기고 묻는 일은 남자가 합니다. 아침밥은 여자가 하지만 이불을 개고 마당을 쓰는 일은 남자가 했습니다.

    

나는 부모세대 보다는 가사 일을 많이 돕습니다. 음식쓰레기를 포함해서 모든 쓰레기 분리 배출은 내가 합니다. 설거지나 진공청소기로 하는 청소 분야는 백에 한 두 번은 내가 합니다.  전등이나 수도 고장 난 곳의 수리는 내가 하지만 은행 입출금은 각자 합니다. 밥은 전기밥솥이 하기 때문에 필요시 쌀을 씻어서 전기밥솥에 넣고 스위치를 누르는 일은 나도 할 때가 있습니다.

    

가사 일을 밥하고 빨래하는 일에 국한시켜서 본다면 여자인 아내가 대부분 합니다. 하지만 가사 일을 폭을 넓혀 가정생활이라 보고 경제적 요소를 가미한다면 남자의 역할도 상당합니다. 아이를 낳는 일이 여자의 일이지만 넓게 보면 전부 여자의 일이라고 볼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부부가 협력해서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데 여자일 남자일이 절대적으로 구분되어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 근대적입니다. 부부간 필요에 의해서 역할분담을 그때그때 서로 다르게 하면 됩니다.

    

아내가 내 밥 때문에 외출을 못하고 놀러가지를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입니다. 집에 있는 밥이나 반찬을 찾아먹고 필요하면 내가 간단히 요리해서 먹으면 되고 급하면 나가서 사먹으면 그만입니다. 이왕이면 맛도 있고 영양가도 풍부한 요리를 남자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평소의 내 생각 이였지만 선 듯 요리 학원에 등록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가 아내가 해준 밥을 먹는 일류요리사의 기분을 알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나마 아내보다 요리를 잘한다는 것이 유쾌하지 못할 때도 많을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요즘 한가한 시간이 있어서 주1회 8강좌로 구성된 요리강좌를 듣기로 했습니다. 수강생이 총12명인데 남자가 3명이 있습니다. 확실히 남자들은 요리경험이 별로 없어 쩔쩔맵니다. 과일효소를 만드는 레시피에 물의 양이 없자 남자 수강생이 강사의 커다란 실수를 발견한양 물은 얼마를 넣어야하느냐고 큰소리로 외쳐 모두들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오이로 즉석피클도 만들고 우엉샐러드도 만들어봅니다. 오징어젓갈도 만들고 과일깍두기도 만듭니다. 어떻게 자르면 크기가 일정한 깍두기가 되는지 이리저리 궁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연잎 밥을 하는데 우선 고두밥을 하고 거기에 연뿌리 두 쪽  연의 씨앗과 잣, 은행 알 두 개씩을 고명처럼 얹고 옆 잎으로 사각지게 싸서 다시 쪄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한 시간으로 부족합니다. 음식점에서 찜 요리는 미리 주문해야 한다는 이유도 알겠습니다. 집에서 적은 식구는 다양한 재료를 구색 맞혀 만들려면 재료비로 인해 사 먹는 것이 더 쌀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합니다. 이런 것을 구체적으로 알게된 것이 큰 수확입니다. . 

 

     

 

일반인이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의 느낌과 전문가인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들을 때는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분명 있을 겁니다. 연주자의 작은 실수를 관객은 모르고 지나가지만 지휘자는 금방 알아채는 차이가 있읍니다. 요리를 직접 만들어보니 음식을 대할 때 태도가 점차 달라집니다. 어떻게 요리했을까 하는 분석력과 함께 요리사의 노고도 음미하게 됩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요리에 점차 눈을 떠가는 기분입니다. 내가 집에서 요리를 직접 해서 식구들에게 감탄을 선사하겠다는 생각은 아직은 없습니다. 알고 먹으면 맛의 느낌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입니다, 아내보다 요리를 더 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열과 성을 다해 요리를 가르쳐주시는 박신성 약선요리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