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보전활동을 마치며

 

서남 B팀 한숙

 

소감문을 쓰려다가 직무교육 교재를 꺼내서 들여다 봅니다

한강을 걸은 지 만 8년, 지나는 걸음에 눈에 띄는 식물을 들여다보고, 책을 찾아보고 식물이름을 익히고, 공원에 이름표를 달고 있는 식물을 들여다보고, 이름과 특징을 인지하고,,, 그렇게 자연과 친해졌습니다

올 봄에는 종일 한강을 걸은 다음 노을공원에서 한강하류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보고

가양대교 쪽으로 걸어 내려오는데, 맹꽁이들이 그리도 시끄럽게 울어댔습니다

어스름이 짙게 깔린 길 양쪽에는 모감주나무꽃이 노랗게 피어있고, 그 아래 인동초 꽃이 피어있었는데,,,, 그 옆에 있는 수로와 주변 습지에 맹꽁이가 있었나 봅니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그렇게 많은 맹꽁이가 울어대는 것은 처음 들었던지라, 맹꽁이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지만, “뭐! 맹꽁이가 나타나서 나 이렇게 생겼어요!” 말해줄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다음 날 난지천 하류 위쪽에 있는 산책로를 걷는데, 콘크리트 포장 길 위에 초록색 큰 개구리 한 마리가 기어가고 있습니다

맹꽁이인줄 알았습니다. 밤에 그리 울어대던 놈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바보야! 방향도 모르고 그렇게 천천히 가다가 로드킬을 당하던지,, 일사병에 걸리던지,, 하겠다!” 하고 근처 풀숲으로 몰아넣어 주었습니다

김포 습지에 양서류를 관찰하러 갔을 때, 양서류 전문가 선생님이 맹꽁이라고 작은 개구리를 잡아왔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전에 제가 맹꽁이인줄 알았던 녀석은 황소개구리였다는 것을!

 

서남B팀의 일원이 되어 홍제천 난지천 안양천 그리고 한강을 조사했습니다

팀 대표로 홍제천 난지천 안양천의 조사발표를 했습니다

30년 동안 집에서 살림만 하다가,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 작업하고, 보고서 쓰고, 또 발표하고, 신이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무교재를 보고 생태교란식물을 익히고,, 일반 식물은 원래 가지고 있던 지식에 더해 네이버를 활용하기도 하고,, <한강에서 만나는 새와 물고기>라는 책을 사서 새와 물고기를 익히고 또 네이버를 검색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더 많이 알기 위하여 더 많이 보기 위하여 열심을 내었습니다

 

한강에서 수백 마리 수천 마리 숭어 떼를 만났을 때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해마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숭어 떼를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숭어를! 성어가 아닌 중간치를! 그리고 한 자리에서 요동치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민물가마우지가 월드컵대교 공사장 철기둥 위에 오도카니 올라서 있습니다

한강에 흘러다니는 큰깡통 위에도 오도카니 올라서 있습니다

민물가마우지는 철을 좋아하는 걸까요? 거기서 무엇을 하는 걸까요? 햇살에 깃털을 말리는 걸까요? 바람즐기기를 하는 걸까요?

 

재갈매기가 물 위에 가만히 떠있습니다

자는 걸까요? 물살에 떠밀려 얼굴이 보였다 꼬리가 보였다 할 뿐! 새가 움직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닭이 떼를 지어 부지런히 움직이고 논병아리가 자맥질을 하고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흰죽지,, 등등이 물에 떠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강에는 엄청한 숫자의 오리떼 새떼가 있습니다

아주 추운 날 강서생태습지공원에서 행주대교를 건너다보면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깃털에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녀석들이 장소가 비좁아 서로 엉덩이를 부딪치며 서있습니다

제가 지나가도, 비키는 척은 하지만 사실 많이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잉어의 혼인철이 되면 강서생태습지공원의 샛강물들이 요동을 합니다

뛰는 숫컷의 혼인색이 햇빛에 파랗게 빛이 납니다

 

올 여름 한강에서 엄청한 수의 게들을 보았습니다. 날씨가 워낙 더워서 게가 게구멍에서 기어 나와 있어서일까요? 그 게의 이름은 무엇이고, 왜 올 여름에 유독 많이 눈에 띄었을까요?

 

저는 한강을 걷는 것이 좋고, 한강에서 만나는 생명들이 반갑고, 그 생명들을 사랑하고, 그래서 궁금한 것이 무지무지하게 많습니다

 

그런 저를 아는 분이, 카톡을 넣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더라!“ 열어보니 생태보전활동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원을 했고, 이런 행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생태보전활동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