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특별한 활동이다!"

"생애체험" 이름도 낯설고 거리도 엄청나게 먼 곳, 나는 오늘 그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긴 시간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10년 전 여름, 내가 만났던 유난히도 머리가 눈처럼 하얗고 곱디고왔던 분, 나는 오늘 그분의 이야기를 하려한다.

고3,고2 남매를 둔 엄마로서 '나는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적어도 나는 아직 아니다'라는 생각늘 하던 내가 남편의 손에 이끌려 봉사를 나간 것이 어느덧 10년 전이었다. 그 이후 나는 노인관련 봉사와 강의를 해오며 나름대로 노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성남노령화친화체험관의 생애체험은 내게 많은 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녹내장, 백내장 안경을 쓰고 노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았다. 녹내장 안경의 경우 세상이 온통 뿌였고 무엇하나 시원하게 보이는 것이 없었다.

그 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남편을 따라 처음으로 나선 곳은 은평구에 있는 83세 어느 독거어르신의 지하 방이었다. 일요일이라 할머니는 교회에 가셨고 우리는 그 시간을 이용해 도배를 준비했다. 켠듯 만듯 희미한 입구 등을 지나 지하 입구로 들어서니 자그마한 방이 보인다. 문을 여니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벽에는 그 흔한 장식 대신에 온통 파란 곰팡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장판을 들추니 물침대인양 물이 가득했다. 햇빛은 겨우겨우 지면에 턱을 괴고 있는 작은 창으로 수줍게 들어오려 애쓰고 있었다.

건물주인은 고맙게도 건물지하 창고를 개조해 형편이 어려운 할머니가 무료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그곳에는 난방시설이나 취사시설이 전혀 없고 1년 12달 깔려있는 낡은 전기장판과 작은 선풍기, 전기밥솥, 작은 냉장고, 성경책이 올려진 작은상이 전부였다. 우리는 서들러 벽지와 장판을 바꾸고 입구의 희미한 전구를 밝은 등으로 바꿨다.

오후가 되자 교회에서 돌아오신 할머니는 대낮에도 불을켜야하는 입구의 전등이 밝아진 것을 보고 "광명이 비친다"며 너무도 좋아하셨다. 그러면서도 당신께서는 후각이 마비되어 곰팡이 냄새를 전혀 느끼지 못해 괜찮다며 무더위에 고생한 우리를 안스러워하신다.

그 이후에도 그 지역으로 봉사를 가는 날이면 할머니를 찾았다. 때때로 홍시며, 귤, 떡을 손에 들고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면 할머니는 늘 야쿠르트를 주셨다. 매일 기관에서 보내주는 야쿠르트를 드시지 않고 냉장고에 넣어둔 채 누군가가 찾아줄까 기다리셨던 할머니였다.

그렇게 두 해가 지나고 그날도 할머니께 들르겠노라 전화를 드리니 할머니는 기력이 쇠해 시설로 들어가셨다고...... 그것이 할머니와의 마지막 통화였다. 더이상 통화도 어려웠고 이후로는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잊고 지냈는데 문득 떠오른 할머니. 지금도 이디에선가 고운 모습이리라. 천국에서 일지라도......

노인관련 복지관, 데이케어센터, 노인정, 노인대학, 양로원, 노인병원 등에서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왔고 많은 교육을 참여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체험은 처음이었다. 사실 너무 먼 거리라 편치않은 마음으로 출발했던 나 였지만 2시간 넘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에는 건강코디네이터 신청을 잘 했다는 생각에 몸도 마음도 훨씬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학생들과 비 노인들, 노인대상 업무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생애체험"을 통해 노인을 경험하고 이해한다면 다가올 초고령사회도 따뜻하고 정이흐르는 내가 아닌 우리로써, 혼자가 아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소박한 희망을 품어 본다.           -2018년 4월의 어느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