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시간 : 우주와 생명

우주 속의 나, 내 속의 우주

 

만일 우리가 우주의 끝까지 갈 수 있다면 그곳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릴 적, 깜깜한 밤하늘에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별을 보며 한 번쯤은 막연하게나마 생각해보았을 질문이다. 그러나 삶에 휘둘리는 일이 계속되면서 별에 대한 관심은 어느 새 사라지고, 우주에 관한 질문도 없어지고 말았다. 가족을 부양하고 돌보는 압박감이나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의 직무에 집중하면서부터 우주와 별에 관한 어릴 적의 낭만적 질문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현직에서 은퇴하여 시간적 여유와 심리적 안정이 이루어지면서, 어릴 적 가졌던 질문들과 자신의 본원에 관한 질문이 마음 속에서 물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때에 지난 11월 8일 ‘50+의 시간’에서 우주와 인간을 소재로 한 이석영(연세대학교 우주천문학과) 교수의 강의는 이에 대한 답을 모색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사실, 우주에 관한 많은 내용을 안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윤택하게 되거나 다가오는 노년에 대한 두려움을 반감시켜주는 것은 아니다. 혹은 그것이 우리를 경제적으로 더 풍요롭게 해주거나 창조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천문학적 수치로 인해 자신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식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주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강좌를 맡은 이석영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에 의하면 우주의 기원과 인간 존재의 관계는 인간에게 있어서 거의 본질적인 질문과 답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관심을 기울일 만한 것이라고 한다. 자신이 어디에서부터 왔는지에 대한 질문에 관심이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의 강의에 의하면, 우리 은하에 지구와 닮은 행성이 1000여 개 있지만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은 확률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단다. 지구가 23.5도 기울어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 전체에 태양의 혜택을 골고루 받아 생명체가 잘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어서, 이런 특별한 별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별들은 기나긴 이 우주의 역사 속에서 생성과 명멸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사라지고 또 새롭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별은 사라질 때 그냥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에 자신의 질량을 환원하며, 그 환원된 질량 더미 속에서 새로운 별은 소멸된 별들이 갖고 있던 많은 정보를 다시 가지고 생성된다. 새롭게 생성된 별들은 이전의 별들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별들은 대부분 천문학적 수치로 설명된다. 이를테면 우주의 역사가 140억년이라든지, 지구의 나이가 46억년이라든지, 또 앞으로 50억년 후면 지구가 태양에 흡수될 것이라든지, 어느 별이 지구로부터 몇 백 광년 거리에 있다든지 하는 것처럼 말이다.

 

별이 생성되면서 우주는 지속적으로 확장을 거듭하게 된다. 그래서 우주의 끝을 추적 탐색 하다보면 결국 우주의 맨 끝에는 인간의 뒷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에 의하면, 지구 역시 다른 별의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생성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그 지구상에 거주하는 인간은 별의 정보를 받은 것이고, 그런 의미로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의 강의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천문학적 수치를 이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가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은 우주의 장구한 세월 앞에 한없이 작고 초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가 처해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보이는 우주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우주의 모습이 아닌지 반문해 볼 수도 있어야한다는 이야기다.

 

글과 사진_김경일(50+ 홍보모더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