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관기념특강후기02] 개저씨는 왜 혼자가 되었나? ①편 보기

 

 

개저씨의 미래

 

20대에서 60대까지 세대별 특징과 과제

이승욱 박사님께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세대별로 갖는 특징과 삶의 과제를 제안해주셨습니다. 여러모로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아서 잠깐 소개해 볼께요.

 

20대는 방황의 시기입니다.

인간으로서의 인격이 형성되고, 틀이 잡히는게 20대 후반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에는 스펙 쌓기에만 너무 올인하지 말고, 충분한 방황의 시간을 가질 것을 권했습니다. 많이 고민하고 방황해 본 사람은 앞으로 자신이 무엇에 매진해야 할지 찾을 수 있거든요. 20대 때는 회복력이 좋아서 몸도 마음도 빨리 털고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20대 자녀가 있으시다면 묵묵히 그들의 고민과 방황을 지지해 주세요. 지금 제대로 방황을 안하면 결국 30대에 방황하게 됩니다.

 


30대는 수련의 시기입니다.

충분한 방황을 거친 후 20대 후반이 되면 대부분 어느 한 분야를 선택해서 매진하기 시작합니다.  사회에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수행하는 시기가 바로 30대라고 할 수 있죠. 진짜 스펙은 이때 쌓는 것이 아닐까요? 이 때부터 최소한 10년 이상은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야 하기 때문에 20대 때 제대로 된 방황을 해 봐야 합니다. 

 


40대는 성취의 시기입니다.

농사로 따지면 추수하는 시기와 비슷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열매'를 딸 수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제적인 열매 뿐만 아니라 심리, 경험, 노하우 모두 포함해서요. 내가 하는 일에서만큼은 자부심이 넘쳐야 합니다.

 

 

50대는 전수의 시기입니다.

정신의학자 칼 융에 따르면 다음 세대에 기여하기 시작하는 세대가 바로 이 세대입니다. 다음 세대에 기여하는 경험을 해 봐야 '아, 내가 내 삶의 과업을 완성했구나' 하는 최종적인 통합감에 이를 수 있어요. 즉, 그 간의 내 삶에 과오가 있었다 할지라도 다음 세대를 위해 타인에게 기여한 경험이 있다면, 그 삶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전수'란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

50대의 '전수'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전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곧 ‘삶의 연속성’을 말합니다. 즉, 인류의 역사는 정치인에 의해 계승되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아들에게, 엄마가 딸에게 세대가 세대에게 물려줌으로써 가능한 것이죠. 이승욱 박사님은 우리 모두가 역사의 계승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자녀에게 물려 주고 싶은 것 3가지

'전수'에 대한 강의가 막바지에 이를 때 쯤, 박사님은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자녀에게 물려 주고 싶은 것을 딱 3가지만 정하라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자녀들이 인생을 사는 동안 ‘이것’이 있다면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싶은 삶의 지혜와 가치가 있다면 3가지를 정리해 보세요. 돈 빼고요."

 

"여기 있는 우리 역시 원했든 원치 않았든 부모님으로부터 무언가를 배웠고, 또다시 원했든 원치 않았든 자녀들에게 영향을 끼칠 겁니다. 여러분이 부모님에게 배운 것을 잘 분류하고 갈무리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그 가치들을 제대로 물려주지 못할지도 몰라요. 다음 세대에 계승하고 싶은 가치를 찾아내는 것만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지도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어른이 되는 법=남의 말 끊지 말고 잘 듣기

여러분은 좋은 어른이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 개저씨는 아닌 것 같고..)

이승욱 박사님은 '좋은 어른이란 가르치지 않고 감흥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셨습니다. 여기서 감흥이란 곧 소통을 말하는데,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경청'에 있습니다.

 

경청은 말 그대로 잘 듣는 것, 정확히는 '상대방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 것'을 뜻해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기도 하죠. 왜냐면 다들 '내 말'을 너무 하고 싶어서 상대방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하고 어떻게든 중간에 치고 들어갈 타이밍만 찾거든요. 부부싸움이 대표적이죠. ㅎㅎ

 

박사님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든 한 번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볼 것을 권하셨습니다. 아마 대화의 질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요. 싸움은 당연히 줄어들고요. 물론 상대에게도 끊지 말고 들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해야겠죠. (그렇다고 해서 막 싸우다가 ‘아씨, 내 말 끊지 말라고!!!’ 이런 건 아닌거 아시죠? ^^)

 

경청 하는 좋은 방법은 상대방이 물을 때만 얘기하는 거에요. 여러분이 ‘물을 때’만 답을 한다면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 중간에 끊고 가르쳐주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도 참으셔야 합니다! 자꾸 싸움이 벌어지는 부부 사이에서, 관계가 어색해진 자녀 사이에서 꼭 한번 시도해 보세요.

 

 

 

 

무기력은 나의 힘

요새 무기력한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습니다. 우리도 종종 경험하죠. 오랫동안 노동 착취에 가깝게 일을 했는데 정작 승진은 일은 안하고 사내정치 한 사람이 되는 상황이 반복될 때, 열심히 해서 성과를 거뒀는데 보상이 없는 상황이 반복 될 때 그 사람은 일에 대한 가치를 점점 잃게 되고, 그 일에 전념한 삶의 가치에 무게를 둘 수가 없게 되어 무기력에 빠지곤 합니다.

 

어른뿐만 아닙니다. 요즘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무기력이 시작됩니다. 태어나고 자라는 것이 전략적이기 때문이죠. 무엇을 배우고, 먹고, 어떻게 누구와 놀아야 하는지까지 부모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하는 삶. 자기 삶이 아니라 부모의 대리인으로 산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무기력 상태에 빠집니다. 히키코모리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무기력은 없어져야 할 부정적인 삶의 태도일까요? 무기력 경험자들의 상황을 종합해봤더니 무기력이란 오랫동안 착취를 당했을 때 자기 스스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기력은 내가 나를 보호하겠다는 최소한,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아주 긍정적인 징조라는 거죠. 정말 의외의 말씀이셨습니다.

 

박사님은 무기력해지면 자신을 탓하지 말고 안무기력 해 질 때까지 그냥 계속 무기력하게 있으라고 하셨어요. 무기력하다는 공포에 시달려 자기개발서를 찾아 읽거나 도태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말라고요. 무기력한 자신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그냥 푹 쉬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우울=적절하게 분노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겪는 것

사회적 화두인 우울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우울증인 사람들은 다들 너무 착하대요.  사실 화나면  욕도 좀 하고, 술도 먹고 확 풀어야 되는데, 너무 착한 사람들은 이런걸 안하거든요. 친구관계도, 동료와의 관계도 깨뜨리지 않고 싶고,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지 않은거죠.

 

가끔 욕도 하지만 결국엔 자기를 자책하기 시작해요. '나는 왜 제때 대거리를 못하고 당했지'라는 식으로요. 이런게 반복되면 자기 자신을 향한 분노로 발전하고, 그게 쌓이면 우울해 지는거죠. 

 

부당함에 대한 분노는 좋은 에너지임에 틀림없습니다. 여러분, 마음껏 분노하세요!

 

 

또 하나의 인생, 가보지 않은 길들

 

삶의 난관이 발생할 땐 지금까지와 '다른 해결책'을 고민하세요

네덜란드의 로웨딩거 라는 심리학자가 무려 35년동안 개인의 심리적 자아강도(self strength)가 나이 듦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을 해 봤습니다. 그 결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자아강도가 점점 발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80% 가 넘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유사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요, 오직 10%만이 자아강도가 계속 상승했습니다. 인간의 자아강도란 나이들수록 상승하는 게 자연스러운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자아강도가 계속 상승한 요 10%사람들의 특징을 살펴봤더니 이들은 '삶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다른 해결책을 모색했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반면, 자아강도가 점점 낮아진 사람들은 새로운 문제가 발생해도 항상 똑같은 해결책을 사용하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것도요.

 

예를 들어 전자기기를 잘 못 다루는 여성이 매번 남편과 아들을 시켜서 조작을 하다가 어느 날 새로운 해결책인 '매뉴얼을 읽고, 스스로 조작 하기'를 시작해 봤다고 쳐요. 그럼 거기서 얻은 자기 희열감은 매우 높거든요. 살다보면 새로운 문제는 매번 발생하는데 해결방식이 맨날 똑같다면 발전이 없고, 자아강도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자아강도는 '자기 효능감'과도 밀접한데요. 자기 효능감이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가 개입하면 저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해요. 이 자아효능감은 나이 들수록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삶의 난관에 부딪쳤을 때 다른 해결책을 고민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면 자아강도와 자아효능감이 모두 높아져서 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요.

 

 

노후준비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 누구라도 내가 가진 돈에 만족한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벌어도 부족하다고 느끼는게 돈이죠. 그렇다면 평범한 우리들의 노후준비에 가장 필요한 건 연금이니 보험이니 하는 돈에 대한 불안감 보다 차라리 자아효능감을 상승시키려는 노력이지 않을까요?

 

지금의 50+세대는 규격화되고 틀에 박힌, 의외성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에서 젊은 시절을 살아왔습니다. 대륙을 넘나들지 못하는 우리는 지리적 상상력조차 휴전선 아래에서 멈춰버렸습니다.

 

그렇다면 '전수'와 '통합'의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의 노후는 어때야 할까요? 새로운 삶의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있지도 않는 돈을 갈망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나서 자아강도와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것 아닐까요?

 

이승욱 박사님은 오늘의 50+세대에게는 '의외성’과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게 바로 우리의 노후를 잘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자 자신에게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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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유쾌한 웃음과 공감, 진지한 열정이 가득했던 두 번째 특강이 끝났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50+세대와 떼어놓을 수 없는, 한국사회의 핫 이슈 '정치'분야의 '한국 베이비부머세대는 왜'라는 주제로 펼쳐졌던 박성호 선생님의 강연 후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글: 서북50+캠퍼스

사진: 나종민(바라봄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