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수강 신청이 마감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강좌는 장수 강좌이며 인터넷이 느리다면 수강 신청을 시도해봤자 성공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 했다. 꼭 듣고 싶은 강좌였다. 심장이 쿵쾅거려 휴대폰 자판을 혹시나 잘못 찍을까 겁났다.
건강 문제로 직장인으로서 조기 은퇴를 고려하고 있었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30년 차 직장인은 작은 성공에 가려진 것들에 대하여 후회 중이었다. 돌보지 않은 건강, 포기했던 무엇인가들은 항상 허기짐을 앓게 했다. 내가 포기했던 그 것들 중에는 나도 모르는 것이 많았다.
병원에 다녀오다 우연하게 들른 영등포50플러스 센터, 생애 설계 프로그램을 통해 나도 모르던 그것들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수강 신청에 성공한 '작가도전교실' 에서 두 학기 동안 사회 구조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행복을 느껴왔고 종강이 일주일 지난 지금도 그 행복감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식지 않은 두근거림을 즐기고 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조기 은퇴도, 재취업도 아니었다. 복잡한 사회 조직의 일원으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냈던 삶에 의해 앞으로의 삶이 받을 영향에 대한 재 조율이었다. 어떤 것이 은퇴일까, 단순히 경제 활동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은퇴라면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지내야 할 것인가 등이 나에게는 이 '작가도전교실'에서 두 학기 동안 진행된 '글 배우기', '글 읽기', '글 쓰기' 를 통해 숙제로 떠올랐으며 다시 이를 통해 정리하고 있다.
자의건 타의건 퇴직 후 또 다른 경제활동을 하는것이 진정한 은퇴일까, 경제활동만이, 이런 경제활동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것이 시니어 또는 시니어를 앞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일까? 적어도 나는 아니었다. 삶의 질이 높아져야 무엇이든 열정과 에너지가 생긴다. 나는 재취업 교육도, 기술 교육도 아닌 '작가도전교실'이라는 곳에서 궁극적인 자신감을 찾았다. 글을 통해 선생님과 문우님들 (수강생)과 매주 이해관계 없이 서로 간의 글을 읽고 토론을 했으며 글을 쓸 때 마다 나의 과거를, 나의 현실을 마주했다. 이런 것이 기술습득, 정보습득 이전에 진정으로 우리 연배는 물론 시니어들에게도 우선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열정의 샘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교실의 모든 분들은 자의에 의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전국적인 경쟁을 한다. 그 어떤 자격증이나 취업보다도 경쟁률이 떨어지지 않는 대회, 등단, 공모전에서 수상의 소식을 들려주며 함께 축하해주고 응원을 한다. 두 학기를 마치며 그동안 갈고 닦은 결과로서 모든 문우님들의 글이 실린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나는 매주 열정을 식히지 않고, 기운을 받아오며 필요한 분께 기운을 나눠드리고 온다. 덕분에 우울증약도 끊은 지 오래되었다. 새로운 용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 나에게, 나를 위한 인생의 2막을 열 수 있는 용기를 준 곳. 바로 '작가도전교실'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