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당신의 집은 안녕하신가요?

 


 

지난 4월 27일 서울도심권50+센터에서 '50+, 당신의 집은 안녕하신가요?'라는 제목 하에 주거문제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은퇴와 노년기 진입을 앞둔 50+세대의 주거에 대한 생생한 고민을 서로

나누고 집과 주거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생각해 보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때 성공과 노후대비의 상징이었던 집.

그러나 어느덧 세상은 변하여 대다수 서민 중산층 50+ 세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달랑 ‘집’ 하나인 것이 현실입니다.

 

집이 있는 사람은 노후의 삶을 지탱해 줄 마지막 보루인 집값이 떨어질까 걱정, 집이

없는 사람은 갈수록 소득은 줄어드는데 하염없이 오르기만 하는 미친 전월세 가격에

집을 줄이거나 점점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떠 돌며 어렵게 번 돈의 상당부분을 주거비에 소진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집’ 때문에 걱정입니다.

 

고령화, 가족의 해체로 인하여 고령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노년의 삶 또한 장기화 되고 있습니다.

길어진 인생후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개인적인 차원 뿐 아니라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다루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집과 주거에 관한 고민 나누기)

 

이날 토론회는 집과 주거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주거 문제는 매우 사적인 영역이라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모두들 솔직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주요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소통이 단절된 아파트도 싫지만 낯선 귀농귀촌도 생각이 없다.

 도심권에서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싶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귀촌을 생각하고 있다"

 

"작년에 요양원에서 지내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어르신은 요양원을 벗어나고 싶어하셨는데, 다른 대안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서 지내시다 돌아가셨다.

 그것이 못내 안타깝고 죄스럽다.시설이 아닌 내집에서 노후를 평안히 보낼 수 있는

 주거대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은퇴 후 수익형 부동산으로 원룸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월세 수입은 생활에 도움이 되지만 관리업무와 민원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공동체주거를 꿈꿔 왔다. 이제 구체적으로 실행에 옮기고자

  집을 지을 땅을 찾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 자녀와 같이 살고 있다.

 내심 결혼할 때 부모가 지원을 해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요즘 현실을 보면 외면할

 수도 없고 지원을 해 주자니 부담이 되고 걱정이다."

 

매우 다양하지만 한편 우리가 주변에서 익숙하게 보아 왔던 문제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제발표 : 50+, 당신의 집은 안녕하신가요?)

 

이어서 제가 고령사회 실용적 노후주거의 대안으로 '공동체주거'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였습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핵심은 "50+세대에게 집과 주거는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며, 그 결과로서 관계와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인 집을 설계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이제 과거와 같은 고소득을 기대하기 힘든 50+ 세대가 적게벌고도 덜 쓰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거형태가 바로 공동체주거라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토론 : 안정적 노후주거를 위한 사례 및 아이디어 나누기)

 

40여분간 진행된 설명에 모두가 집중해서 들어 주셨습니다.

제에 이어 발제내용에 대한 질의응답을 포함한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예상대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공유주택과 공동체주거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것에 대한 갈등과 위험성에 관한 질문이 연이어 계속되었습니다.

 

이 문제는 공동체주거를 추진하는 과정으로 답변을 대신하였습니다.

일반주택과 달리 공동체주택은 공동체주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장시간에

걸친 커뮤니티 형성과정을 병행하면서 추진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며, 추진과정에서 벌어지는 외부적인 위험에 공동으로 대처하며 신뢰가 쌓이고 협동의 효과를 경험할 때 공동체의 결속이 강화되는 과정을 설명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갔던 문제는 역시 자녀 문제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도 부모가 자립하여야 한다. 부모가 자신들

 노후 대책도 없이 아이들 지원을 하면 시간이 지나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논리적으로야 그렇지만 요즘 현실이 어디 청년들 또한 자립하기가 쉬운가?

 아이들 어려운 사정 알면서 어떻게 외면할 수 있나?"

 

 참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이 때 한 분이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최근에 아이들 혼사를 치렀다. 양가 모두 형편이 넉넉치 않았지만 우리 아이들 작은

 결혼식 이쁘게 잘 치렀고 서로 힘을 합쳐 형편에 맞게 살림을 차렸다.

 대부분의 우리 아이들 자립심도 강하고 의식도 바르다. 너무 걱정할 필요없다."

 

이 문제는 결국 다 큰 성인자녀 임을 고려할 때, "우선 자녀들 지원문제에 대해

부부간 의사가 일치하여야 하고, 자녀와도 일찍부터 충분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라는 것에 모두 공감을 하였습니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분은 노인복지관에서 자원봉사를 오래 하셨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을 가까이에서 모시며 관찰한 결과 어르신 부부 갈등의 커다란 원인 중의

하나가 밥해 드시는 어려움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귀촌이든 공동체주거든 아내를 설득함

에 있어 식사를 비롯한 가사노동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면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요즘 복지관에서는 아버님들을 위한 요리교실이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열띤 분위기 속에서 많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마무리를 지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참가자들은 이날의 토론회가 집에 관한 고민이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의 시간이었고, 은퇴 후 관계와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날 후기를 마무리 하면서 저는 두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집에서 온전한 '주거'를 분리하라.

 

50+세대에게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닙니다.

자신의 노후대책이며, 자녀의 결혼자금이고, 은퇴 후 사업자금이기도 합니다.

집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우고 있습니다.

'집' 이외 다른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뭘 하나 하려해도 집을 팔거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주거불안과 노후파산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 노년의 삶을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주거대책을 강구하셔야 합니다.

 

 

둘째, 장기적인 과제로 접근하라.

 

50+세대가 주거를 재편하여 새로이 집을 마련하는 것은 단순히 집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인생후반을 누구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의식주가 생존의 조건이라면 의미있는 노년의 삶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관계와 의미

있는 역할과 활동이 필요합니다. 노후의 주거란 그러한 관계와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고령사회와 장기저성장 시대를 맞아

더 이상 사적인 욕망의 대상으로서 ‘집’이 아닌,

‘사는 곳’으로서의 집에 대한 본질적 의미와 기능을 고려한

주거를 마련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