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설계 아카데미
-
숲 학교 주말반 1기 4강 참여 스케치
-
코로나19가 인간의 자연 생태계 파괴, 그로 인한 급격한 기후 변화 등과 관련 있다는 뉴스를 자주 듣게 된다. 인간이 지구에 군림하는 정복자 태도를 버리고 자연과의 합일, 자연 보호 태도로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코로나 19보다 훨씬 무서운 재앙을 맞게 될 거라는 무시무시한 과학의 경고음이 울린 지 오래. 플라스틱, 환경 호르몬 제품 줄이기부터 해야 한다는데, 알면서도 실천하기 힘들다. 그래서 앞서 공부하고 실천하는 분들로부터 지적받고 반성하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사단법인 숲연구소 부소장, 생태사업위원회 위원장이신 이여송 선생님이 진행하는 ‘인생 설계 아카데미 - 숲 학교 주말반 1기’ 4회 차 수업을 들으러 나섰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에서 이여송 선생님을 두어 번 인터뷰했는데, 그때마다 마음을 울리는 자연 예찬을 어찌나 많이 쏟아내시던지. 자연을 생각하는, 자연과 함께 하는 자세를 배우려면 이여송 선생님과 함께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더구나 4강 수업 주제는 ‘숲에서 나의 삶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다. 단순히 남산 숲길을 걸으며 자연 공부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 설계까지 함께한다니 무척 기대되었다.
2020년 10월 17일 토요일 오후 2시 약수역 5번 출구에 모인 수강생 14명. “30만 원 수업료를 내도 아깝지 않은데, 불과 3만 원 수강료에 5회에 걸쳐 서울의 숲길을 걸으며 자연과 인생을 논하니 얼마나 좋으냐.“고들 하신다. ‘힐링 담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보조 강사 박순희 님이 인원을 체크하고 체온을 재고 이름표를 나눠주셨다. 이번 걷기에서 박순희 님께 무척 마음이 갔는데, 친절한 언행은 기본이고, 작은 일에도 크게 웃는 모습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여송 선생님이 ”자 그럼 여기서 선물.“ 하면, 깨끗하게 씻어온 사과대추를 내놓고, ”도끼“ 그러면 귀여운 도끼가, ”가위 있어요?“하면 가위를 쓰윽 내놓으신다. 메리 포핀스의 가방 못지않은 요술 배낭에다 오카리나 연주까지! 숲에서 듣는 오카리나 소리는 각별했다. 일요일마다 챙겨 보는 KBS TV의 <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경쾌한 주제곡이 한태주 님의 ‘물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지나던 분들까지 둘러앉아 즐거운 마음으로 청아한 오카리나 연주 3곡을 듣고 다들 물개 박수를 날렸다.
‘약수동 이야기길’에서 본격 강의와 자연 관찰이 시작되어, 북한산 봉우리와 서울 도성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를 거쳐 버티고개역까지 세 시간 일정이 이어졌다. 수강생들 집중도가 높았던 것은 물론, 소소한 게임에도 크게 웃으며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이여송 선생님의 명언, 어록을 정리해본다.
사건이 아닌 해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약수동 이야기길’만 해도 뭔가 근사한 게 있어서가 아니라, 주민들이 늘 보는 풍경에 이름을 붙여주고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4관은 관절, 관계, 관찰, 관심으로 특히 관찰과 관심이 많아야 늙지 않는다. 이게 부족한 사람은 5관, 즉 관 속으로 직행한다. 우리는 산을 정복한다는 생각으로 관찰과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오르기만 한다. 그보다는 “나 들어가니 받아주세요.”라고 고한 후 걷자. 자연은 인간에게 종속된 게 아니다. 모두 주인공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
나무는 뿌리, 줄기, 잎으로 구성되었고 나뭇잎은 잎자루, 잎 맥, 잎 몸으로 나뉜다. 속성수는 잎자루가 길다. 오동나무가 대표적이며, 밀도는 3으로 낮지만 빨리 자라,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장롱을 만들어 시집보냈다. 대추는 3알 먹으면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 대추나무 시집보내는 여러 민간 의식이 있는데 가지 사이에 돌 끼우기, 줄기에 치마 두르기, “많이 안 열리면 베어 버릴 거야.” 라며 도끼나 톱으로 위협하기 등이 그것이다. 나무는 스트레스를 주면 다산, 즉 열매를 많이 만든다. 나무는 벌써 겨울을 대비해 준비 중이며 꽃눈과 잎눈이 그것이다. 잎의 앞면은 광합성을, 뒷면은 호흡으로 산소를 생산한다. (여기서 두 팀으로 나누어 잎의 앞면, 뒷면 뒤집기 게임을 했다. 이게 뭐라고, 다들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놀 때는 생각 없이 놀아야 하며, 일 놀이 사랑 연대가 모두 중요하다는 교훈.)
세상의 중심은? 가시 박힌 내 손, 내가 아픈 부위다. 나무도 자르면 아프니, 그 면적을 최소화해주기 위해 분지르지 말고 반드시 가위로 잘라주는 배려가 있어야겠다. 성장하는 생물에 상처가 없을 수 없다. 상처를 두려워 말자. 나무는 그 굵기에 따라 뻗어 나가는 비율도 다르다. 나뭇가지(木)가 제 각각(各) 자라나는 거 같지만, 나무 굵기와 형태에 어울리도록 성장하니, 이를 격(格), 즉 주위 환경이나 사정에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를 이른다. 나무는 교양 있는 어른이다. 나무처럼 살기는 어렵지만, 나무에게 배우도록 하자. 품격 있는 생존과 번식을 위해 과학(지식), 예술(감성), 인문(지식)을 갖춘 교양인이 되자.
유전자 명령에 의해 모든 생물은 먹고 성장하고 짝을 찾으며 새끼 낳고 죽는다. 인간은 생물 번식과 더불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생명체를 돌아보면서 정신적 성장을 할 수 있다. 글쓰기로 인해 선사 시대와 역사 시대가 나뉘었다. 자기만의 글쓰기로 성찰하며 사는 게 필요하다. 나뭇잎은 대개 녹색, 단풍, 낙엽의 세 단계를 거치는데, 우리가 단풍 들었을 때를 예뻐하니, 지금 우리 나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 아닐지. 윤동주 선생과 김소월 선생 나이를 합치면 60살. 우린 이 흰머리 만나려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나. 자연의 순환을 받아들이자. 몸이 아프면 올 게 왔구나, 하면서 순응하며 살자. 그게 단풍 든 가을 숲을 보며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익어가는 자세가 아닐지.
다른 일정이 있어 중간에서 하산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아파트 뒷산임에도 혼자 내려가려니 무서웠다. 자동차 길이 보이자 비로소 안심되는 도시 촌놈. 숲을 찾아 배우고 명상하려는 이들과 함께하며, 나무처럼 숲처럼 의연한 50+ 세대가 되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