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이 들어 중년이 되었지만, 우리에게도 학창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서울에서 대표적인 소풍 장소는 덕수궁, 경복궁 그리고 창경원(지금의 창경궁) 등 거의 고궁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지겹도록 갔었던 고궁이지만, 이후 서울에 살면서도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고궁을 따로 찾을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2022년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옛날로 치자면 왕궁 출입을 자유로이 한다는 것인데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괜스레 마음이 들떴다. 5060 세대의 길라잡이가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직접 관람 예약신청을 해 보고 당첨 후 5월 31일 관람 후기까지 풀코스로 전한다.
‘청와대 관람 예약’ 어렵지 않아요
▲ ‘청와대, 국민 품으로’ 모바일 페이지 화면. ⓒ ‘청와대, 국민 품으로’ 모바일 페이지 화면 캡처
먼저, 포털사이트에서 ‘청와대’를 검색하면 ‘청와대, 국민 품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 하단 우측의 ‘관람신청 바로가기' 누르고 다음 화면에서 ‘예약하기’를 클릭하면 팝업창이 뜬다. 여기서 예약 일자와 시간대 그리고 관람 예약인원(최대 6인)을 입력한 뒤 하단의 본인인증과 약관 동의를 거치면 끝이다.
관람 신청을 할 때 가장 주의할 점은 관람 시간이다. 6월과 7월은 무더운 시기인 만큼 5060 중년 세대들은 비교적 선선한 오전 시간대 관람을 추천한다. 신청 일자의 잔여 인원과 더운 낮 시간대를 고려하면서 관람 예약 시간을 잡도록 하자. 아울러 서울 시내로 이동하는 시간(출·퇴근 시간)도 고려하여 시간대를 선택할 필요도 있다.
오는 6월 12일부터는 관람 예약신청이 당첨제에서 선착순으로 바뀌고 관람 인원도 늘린다고 한다. 신청 완료가 되면 ‘국민비서 구삐’에게서 안내 메시지가 온다. 이제는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드디어 청와대 만나러 출발~
청와대 관람 하루 전날, 오전 9시 입장이라 미리 교통편을 검색하고 청와대 관람코스도 확인했다. 대중교통은 5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부터 청와대 입구인 사랑채까지는 850m, 도보로 약 25분이 소요된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경복궁역 정류장에서 두 정거장 지나 효자동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사랑채까지는 약 400m, 20분이 걸린다.
▲ 청와대 입구 사랑채는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한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청와대 출입구는 영빈문, 정문, 춘추문까지 총 3개다. 가장 가까운 영빈문 입구에는 청와대 사랑채가 있다. 일종의 만남의 광장이다. 구삐가 보내온 전자문서에 첨부된 바코드를 보여주며 일행과 함께 드디어 영빈문으로 입장한다. 입구에서 받은 ‘청와대, 국민 품으로’ 안내 책자를 보며 관람코스를 정한다.
▲ 청와대 관람 추천경로.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오늘의 관람코스는 (입장)영빈문-대정원-소정원-관저-침류각-상춘재-녹지원-춘추관-(녹지원)-본관-영빈관-영빈문(퇴장)으로 정했다. 사실, 입장 후 대정원을 지나면 영빈관이 바로 나오는데 방문객이 많이 몰려 패스하고 퇴장 전 마지막으로 관람했다.
▲ (좌) 대통령 관저 뒷길을 둘러보는 시민들. (우) 황금색 봉황 장식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대통령 관저 관람(외부)
이곳은 대통령과 그 가족의 거주 공간이다. 본채와 별채 그리고 사랑채 등으로 나뉘는데 외부만 한 바퀴 돌면서 창문 너머로 관람한다. 고풍스러운 목재가구로 대부분 구성되어 현대식 거주 공간이기보다는 한옥의 고전미가 느껴지는 공간이다. 대통령이 거주하는 청와대를 상징하는 듯 출입구마다 황금색 봉황이 보인다.
▲ 침류각과 초가지붕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침류각-상춘재-녹지원 관람(외부)
침류각(서울시 유형문화재 103호, 침류: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은 1900년대 초기에 지어진 전통 누각 건물이다. 청와대가 세워지기 전에 먼저 자리 잡은 터줏대감인 셈이다. 바로 옆 초가집도 인상적이다.
▲ 상춘재 바로 옆으로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는 개울이 있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조금 지나니 상춘재가 나온다. 상춘재는 국내외 귀빈을 맞이하던 곳으로 전통 한식 가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숲속에 자리 잡은 데다 옆에는 연못도 있어 마치 산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 녹지원 한가운데 자리 잡은 반송.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녹지원은 중앙에 큰 반송이 인상적이다. 청와대 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다. 반송은 메인 줄기 없이 밑부분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가 뻗어 나와 동그랗게 반원 형태로 자라는 소나무를 말한다.
춘추관 관람(외부)과 야외 그늘막 텐트 휴식
춘추관은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출입기자의 기사송고실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춘추관’ 명칭은 역사기록을 맡아보던 관아인 예문 춘추관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 (좌) 다양한 색상의 텐트와 어울리는 인왕산 자락. (우) 청와대 헬기장에 자리 잡은 세모 그늘막 텐트.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그런데 춘추관 앞 잔디밭(실상은 헬기장)에 특이한 풍경이 펼쳐졌다. 세모, 네모의 그늘막 텐트가 펼쳐져 있다. 색상도 화사하다. 야외공간에 놓인 소파도 반갑다. 방문객들을 위해 청와대에서 쉼터를 마련한 모양이다. 잔디 위 빨간색 소파에 누워 하늘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꿀 같은 휴식을 보내니 나머지 코스를 관람할 힘이 솟는다.
▲ 청색 기와를 뽐내는 청와대 본관 외경.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청와대 본관 내부관람
청와대 본관은 내부관람이 허용되었다. 외부관람은 형식적인 느낌이었는데 내부관람은 기대가 된다. 본관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을 위한 공간이다. 청색 기와가 특징이다. 처마는 대리석, 창문은 주석 그리고 내부는 거의 금색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다.
▲ 무궁화실을 장식한 역대 영부인 사진.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본관에 입장하려면 덧신을 신는다. 1층의 높은 천장도 인상적이지만, 2층 계단 위에 자리 잡은 ‘금수강산도’가 압권이다.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상징한다. 1층에는 영부인이 외빈 접견과 집무실로 사용한 무궁화실과 간담회나 오찬·만찬이 열렸던 인왕실이 있다. 무궁화실에는 역대 영부인 사진들이 있는데 육영수 여사까지는 흑백사진이다.
▲ 무언의 권위가 느껴지는 대통령 집무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이 있다. 이번 청와대 방문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소는 단연 집무실이다. 공간 자체에서 대통령의 위엄이 느껴진다.
▲ 영빈관의 벽과 천장 문양을 유심히 살피는 방문객들.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영빈관 내부관람
마지막 관람은 영빈관이다. 이곳도 역시 내부관람이 가능한데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관람객이 많아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영빈관은 국빈 만찬이나 연회를 베풀던 곳이다. 대리석 돌기둥을 지나면 내부 문양이 다채롭다. 무궁화, 월계수, 태극무늬 등으로 장식되어 웅장함을 더한다.
청와대 관람을 마치며
2시간이라는 관람 시간이 짧게 느껴져 초반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지만, 춘추관에 다다라 시간을 보니 1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이후부터는 천천히 관람하였다. 퇴장할 때 시간을 보니 1시간 50분 정도 소요되었다. 청와대 입장부터 퇴장까지 소요 시간은 넉넉히 1시간 50분 정도, 걷는 거리는 약 3.1km이다. 경복궁역까지 포함하면 총 4.8km 걷는 코스다.
그래서 앞으로 청와대 관람을 계획 중인 분들께 서두를 것 없이 천천히 관람해도 2시간이면 충분하다는 정보를 드리고 싶다. 중간중간 벤치에서 하늘도 보고 각양각색의 나무도 관찰하며 즐기기를 바란다. 그리고 청와대 관람코스는 중간중간 벤치와 화장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매점이 없으니 관람 시 지치지 않도록 음료수나 간식을 준비해가면 좋겠다. 휴식 공간과 먹을 장소는 많다.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관계로 조용히 즐기고 싶다면 오전 9시 타임을 적극 추천한다.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낮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도 할 것이다.
▲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관람~통인시장까지 이동 경로. ⓒ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청와대, 국민 품으로’는 잘한 조치라 본다. 이전에는 ‘삼청동’ 이름만 들어도 멀리 돌아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경복궁, 청와대 그리고 북촌과 서촌 한옥촌도 연계해서 가보고 싶다. 물론 북악산도 올라가 보고 싶다. 오늘은 효자동 온 김에 통인시장과 서촌 한옥촌을 가보려 한다.
50+시민기자단 김한기 기자 (mym007@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