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 ‘서울살이와 집’ 관람기
▲ 서울생활사박물관 전경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서울생활사박물관은 노원구에 소재했던 서울북부지방법원과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이 2010년 도봉구로 이전하고 비어있던 자리에 서울 시민들을 위한 역사문화 전시 공간을 조성해 2019년 9월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생활사박물관은 1945년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서울 시민들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근현대사 박물관으로, 사람들의 기억과 감성을 담은 다양한 주제의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시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지역 공동체의 소통과 교감이 이루어지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 서울생활사박물관 로비와 기획전시 ‘서울살이와 집’ 포스터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는 2022년 11월 4일부터 내년 4월 2일까지 ‘서울살이와 집’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시가 4층 전시실에서 진행됩니다. 필자는 ‘서울살이와 집’ 기획전시 첫날 서울생활사박물관을 방문하여 기획전시와 함께 상설전시장까지 모두 관람하면서 옛 기억에 젖었답니다.
▲ 서울 사람들은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아왔을까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서울살이와 집’ 기획전시는 현재의 50플러스 세대가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의 평범한 서울 사람들의 집을 들여다보고, 그때 그 시절 변화하는 집들의 모습과 그 공간에서 이루어졌던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의 서울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50플러스 동년배들에게는 어렴풋한 옛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는 공간인 동시에, 부모님 세대와도 기억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 서울살이의 대표적인 집의 형태들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서울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이 많이 살았고, 그만큼 집이 많아야 했기에 전통적인 한옥의 규모나 형태가 도시화에 발맞추어 빠르게 변화되었습니다. 그중에서 도시형 한옥과 전후 공공에 의해 보급된 양옥 단독주택인 재건 주택,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이해되는 다가구가 살았던 2층 슬라브 주택 그리고 70년대 말의 아파트 등은 서울살이를 위한 집의 시대별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내 집 마련의 꿈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6·25전쟁을 겪어낸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서울로 향하기 시작했으며, 급격한 도시화와 경제개발의 과정을 겪은 1960년대 이후에는 주거 상황이 더욱 심화되었고, 서울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질수록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집은 부족해져 갔습니다. 그로 인해 서울 사람들은 집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했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울 서민들의 공통된 꿈은 내 집을 장만하는 것입니다.
▲ 초창기 아파트의 구조와 생활 편의 시설들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의 주택 정책은 ‘물량 확보’가 우선이었습니다. 주택의 공급은 정치적이고 정책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여기에 경제적 논리가 더해지면서 다양했던 서울의 집은 점점 한두 가지 형태만으로 집중적으로 지어졌습니다.
그러는 동안, 서울 사람들의 생활 모습은 서구의 방식을 따라갔지만, 전통적 생활이나 관습 중에는 그대로 남아 있거나 절충된 것들도 있습니다. 취사와 난방의 분리, 사용 에너지의 변화와 상·하수도, 위생도기, 싱크대 등의 보급으로 지금과 같은 입식 생활에 이르렀고 집 안의 구조나 각 방의 역할은 서구화되었지만,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와 따뜻한 온돌바닥을 즐기는 모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도시가 된 아파트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1970년 서울에 있던 집들 중 단 4%를 차지하던 아파트는 오늘날 약 60%에 이르렀습니다. 만성적인 주택 부족에 시달리던 서울의 특성상, 보다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의 형태인 아파트가 많아진 것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 사람들이 살 만해지고 처음 내 집을 마련하려던 시절에는 온수와 난방 등 편리함과 관련된 우수한 거주성이 아파트 수요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주택의 상품화 및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인해 사람들은 나와 가족의 삶에 맞는 집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시장에서 쉽게 사고 팔리는 표준화된 집을 선호하게 되었고 이미 집은 단순히 일상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 교환가치를 가진 재화가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진 시민들 또한 당첨만 되면 프리미엄이 붙어 돈을 벌 수 있는 아파트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유들로 세대를 거듭할수록 집값이 올라 집을 사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은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영끌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온 이 시대의 많은 젊은이들이 “과연 내가 사는 동안 내 집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습니다.
▲ ‘내가 살고 싶은 집 그리기’ 부스에서 관람객이 그린 집 그림들 ⓒ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일상과 생활양식에 큰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언택트 라이프(Untact Life)’, ‘홈 루덴스(Home-Rudens) 족’, ‘재택근무의 상용화’ 등의 주요 키워드에서 나타나듯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이 늘어나면서 ‘집’의 역할이 확대되어, 그 어느 때보다 나와 가족을 보호해 주는 ‘집’ 본연의 기능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서울 사람들은 어떤 집에 살고 싶어 할까요?
여러분이 살고 싶은 집은 어떤 집인가요?
서울생활사박물관 기획전시 ‘서울살이와 집’을 관람하면서 옛 추억에도 잠겨보고, 앞으로 살고 싶은 멋진 집도 그려 보시길 추천합니다.
50+시민기자단 유한진 기자 (sericol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