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책을 대출한 회원님이 보내준 독후감을 나눕니다.

 

 알랭 드 보통의 『 불안 』을 읽고

 

글 명대권

 

행복한 삶을 가로막는 심리적 장애는 무엇일까? 간혹 생각이 떠올라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물음이다.

나는 물음에 대한 합리적인 해답을 서대문 50+ 센터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불안』. 스위스 철학자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이 2004(35)에 세상에 낸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독자 팬들이 많아 잘 알려져 있다. 저자는 심리철학적 관점에서 일상의 삶을 재조명하고 해석하는 좋은 글들을 많이 써 왔다. 역사, 문학, 철학, 예술 등 인문학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등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박학다식한 통찰력이 그의 저서 곳곳에 배어 있다. 저자와의 좋은 만남을 기대하면서 책 속에 빠져들었다.

 

 

“우리는 왜 불안한가?” 저자는 심플하고 쿨하게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나름대로 분석해 알려주고, 그 해법도 제시해 준다. 저자는 우리가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나 신분에 대한 불안정이 불안한 심리와 울화의 원천이라고 단정한다. 현재 나의 지위와 신분은 남으로부터 사랑과 존경 그리고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가 나의 자아상을 결정한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불안의 시초를 지위와 신분의 불안에서 찾는다. 이로 인해 우리는 사랑의 결핍을 두려워하게 되고,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동일하게 보는 속물근성이 팽배해진 사회의 편견에 좌절을 느끼게 된다. 평등을 기대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크게 실망한다. 능력주의 때문에 낮은 지위에 머무르게 되는 것도 불안을 느끼는 이유가 된다. 재능, ,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등도 불안의 한 요인이다.

 

이와같은 불안의 원인을 제거하는 해법을 저자는 다소 포괄적으로 제시한다. 첫째, 철학적 관점에서 이성의 도움을 받아 극단에 치닫지 않고 감정을 추슬러 중용에 이르기를 충고한다. 그리고 외부의 인정이나 비난의 표시보다는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내부의 양심을 따르라고 권한다. 둘째, 예술은 삶의 가장 깊은 긴장과 불안을 해소시켜 준다고 한다. 세상을 더 진실하게, 더 현명하게, 더 똑똑하게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해 줌으로써 삶의 도덕적 균형을 잡아준다. 셋째, 기독교적 죽음에 대한 생각이 지위를 통해 우리가 얻으려고 했던 존경과 관심의 덧없음, 나아가 무가치함을 깨닫게 해 준다. , 명예, 권력 등 세속적 가치들은 죽음 앞에서는 하찮아 보일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보헤미안적 삶이 불안을 덜어 준다고 한다. 외적으로는 평범하지만 내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윤리적 양식 그리고 자유로운 정신에 따르는 삶이 보헤미안적 삶이다.

 

저자는 이렇게 불안의 원인분석과 해법 제시릏 사례와 지식을 들추어 가며 조리 있게 설명해 준다. 젊은 작가답지 않게 사회와 인생을 깊고 넓게 꿰뚫어 보는 혜안에 경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운 느낌이 남아 책장을 덮지 못했다. 2%의 부족. 혹시 저자가 빠뜨린 부분이 없었는지 괜한 오해도 해 보았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크고 작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살아 있는 한 불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삶에서 마주하는 불안은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안 해도 될 불안과 걱정에 휩싸이게 된다. 숙명이다. 저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불안 나아가 두려움, 초조함이 해로운 감정이라고 느끼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두려움은 용기를 갖게 하고, 초조함은 적극성을 불러오고, 불안은 현실성에 바탕한 꼼꼼한 사전준비를 할 수 있게 한다긍정적인 요소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정신의학자 매다드 보스는 “불안은 자기실현의 원동력이다라고까지 했다. 우리 스스로 만든생각의 감옥에서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불안이 잦고 길어지면 강박의 세계로 들어선다. 일어나지 않을 일로 두려워하고 불안에 떨며 사는 것은 삶을 갉아 먹는 자해행위다. 불안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 암을 억지로 이기려고 하지 말고 보듬고 달래가며 함께 하듯이, 불안도 극복하고 넘어서려고만 하지 말고 평정심으로 함께 어울려 가는 것임을 깨닫자! 불안이라는 자극을 긍정 에너지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을 이루어 가자. 알랭 드 보통이 간과한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지적하고 싶다.

 

"걱정을 해서 ,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북 코디네이터가 있는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책 빌리는 법